인도 전역 ‘가짜 대학’ 피해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교육기관 3만1000곳 중 인가 받은 곳은 4532곳뿐
학생들 “우리 꿈 짓밟혔다”

인도 북부 알리가르 시에 있는 망갈라야탄대에 다니는 아남 나크비 씨(22·여)는 요즘 매일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2년간 다니던 학교가 알고 보니 정부에서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학위가 아무런 효력이 없는 종잇조각인 것이다. 나크비 씨는 “학교는 우리들의 꿈을 갖고 놀았다. 이제 우리는 꿈꿀 수조차 없게 됐다”고 분노했다.

나크비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인도에선 늘어나는 청년 수, 높은 교육열로 인해 고등교육 수요가 급증하자 국가에서 인가받지 못한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세계 인구 2위인 인도(2011년 기준 12억1019만 명)에서는 청년층인 15∼24세 인구가 해마다 50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고등교육위원회는 최근 ‘가짜 대학’ 21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위원회가 이들 대학이 등록한 주소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허위였으며 심지어 일반 상점의 이름을 교명으로 도용한 곳도 있었다. 또 대학 건물로 사원이나 어둑어둑한 좁은 공간을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신고된 교육기관 3만1000개 중 정부 인가를 받은 곳은 4532곳뿐이다.

국립대의 학위 남발도 지적되고 있다. 2010년 정부 조사 결과 인도 남부의 국립 라얄라시마대는 2년간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전공의 박사 학위자를 무려 2660명이나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델리 교외에는 공학, 경영학, 약학, 간호학 등 다양한 전공의 온라인 수업을 듣기만 하면 바로 학위를 100% 제공한다는 콜센터와 작은 원룸 사무실도 넘쳐나고 있다. 가짜 대학에 속아 농지를 팔거나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부모도 숱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인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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