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새는데도… 눈뜨고 당한 ‘다섯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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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加장교 5년간 스파이 활동… 군사 자료 러시아에 넘겨
관리하는 위성만 120개 “제2의 위키리크스 걱정”… 관련국들 뒤늦게 보안 손질

캐나다 스파이 1명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다섯 개의 눈)’에서 정보를 빼낸 사실이 밝혀졌다. 파이브 아이스는 미국 영국 등 서방 5개국 정보기관의 연합 시스템이다. 존재가 드러나는 것도 부담스러운 데다 허술한 보안 실태에 대한 비난이 쇄도해 정보기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27일 “캐나다 해군 정보장교인 제프리 드릴 중위가 2007년부터 군사 첩보 관련 데이터를 러시아에 대량으로 유출해 정보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다. 드릴 중위가 일명 파이브 아이스, 즉 ‘미국 및 영연방 정보협정’ 아래 다섯 나라가 함께 구축해놓은 군사첩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브 아이스라는 이름은 미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부정보본부(GCHQ), 캐나다 정보보안청(CSE), 호주 국방보안국(DSD), 뉴질랜드 정보안보총국(GCSB)이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이들이 함께 모니터하거나 운영하는 위성만 120개가 넘는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안보자문을 맡았던 로드 웨스트 씨는 “파이브 아이스는 해외는 물론이고 정치나 안보와 관련한 ‘매우 민감한’ 국내 이슈도 다룬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공개된 한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파이브 아이스를 통해 CSE에 라이벌 정치인들의 동향 파악을 요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 관련국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건이 공개되기 며칠 전 5개 정보기관 수뇌부는 뉴질랜드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NSA는 캐나다에 강력 항의했고 별도의 브리핑도 요구했다. WSJ는 “캐나다는 심각한 문제가 될 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전했지만 미국이 신뢰하지 않는 눈치”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로 넘어간 정보가 핵심 기밀이 아니더라도 미국 등 관련국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제2의 위키리크스 사태’를 우려하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계자는 “드릴 중위가 지위나 위치상 주요 안건에 접근하기 어려웠겠지만, 외부로 공개되면 또다시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외교 자료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파이브 아이스의 존재가 공개된 것도 5개국엔 곤혹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냉전 시대엔 정보기관의 공조가 공산국가와 맞서는 데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아직까지 유지할 명분이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정보기관 소속도 아닌 해군 장교가 열어볼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보안 실태도 충격을 준다. WSJ는 “미국은 나머지 4개국에 정보 접근 제한 등을 요청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평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이브아이즈#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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