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범죄와의 전쟁’ 알고보니 고문-숙청-몰수로 얼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불법사례 속속 드러나

최근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사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가 현직에 있을 때 펼쳤던 포퓰리즘적 좌파 정책 실행 과정에서 광범위한 인권 탄압이 자행됐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보 전 서기가 벌인 ‘다헤이(打黑·범죄와의 전쟁)’가 범죄 소탕에 기여했다는 그간의 평가와 달리 고문을 통한 강제 자백, 정적 숙청, 사기업 몰수 등으로 점철됐다는 것이다.

2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건설사를 운영하던 판치항 씨는 충칭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살인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2010년 사형됐다. 판 씨는 생전에 변호인을 통해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에서 구속 직후 비밀리에 군사시설에 감금됐다고 밝혔다. 고문을 견디다 못해 벽에 머리를 박거나 혀를 깨무는 방법으로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보 전 서기는 변호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변호사들을 감옥에 넣기도 했다. 판 씨와 함께 구속된 궁강모 씨를 변호했던 리좡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갑자기 궁 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였다. 이로 인해 궁 씨는 사형을 면할 수 있었지만 리 변호사는 18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 사건 이후 충칭의 변호사들은 다헤이 관련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으로 성공한 리쥔 씨는 정적 숙청에 이용된 경우다. 리 씨는 어느 날 갑자기 범죄조직 결성 혐의로 구속돼 3개월간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하지만 그가 수사요원들로부터 강요당한 것은 범죄조직과 관련한 게 아니라 보 전 서기의 심복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 심복은 제2포병 정치위원으로 있는 장하이양 상장(대장에 해당)이다.

리 씨는 ‘호랑이 의자’로 불리는 중세식 고문기구에 묶인 채 40시간 연속 구타를 당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리 씨를 심문한 당국 요원들은 “보 서기와 장 상장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다. 너는 엮인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끝내 거짓 자백을 거부하다 벌금 610만 달러를 내고 잠시 풀려난 틈을 타 2010년 외국으로 탈출했다. 보 전 서기는 2009년 6월부터 다헤이를 시작해 10개월간 4781명을 구속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보시라이#점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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