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연방 하원 전체회의장. 발언대에 선 한 의원이 갑자기 정장 상의를 벗어젖힌 채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입고 연설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일리노이 주 출신의 흑인 의원인 보비 러시 민주당 의원(66)은 이날 오전 1분 자유발언을 위해 연단에 올라섰다. 인종차별 논란으로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 피살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본보 24일자 A13면 5만 소도시에 1만5000명 몰려 ‘분노의 시위’
1960년대 시민권리 운동에도 참여한 그는 발언 도중 갑자기 상의 양복을 벗고 양복 안에 입고 있던 회색 후드(옷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리곤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누군가 후드 티셔츠(후디)를 입었다고 해서 모두 깡패는 아니다”고 말했다. 마틴이 피살될 당시 후디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모습을 재연한 것이다.
그러자 하원의장 대행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던 그레그 하퍼 의원(공화·미시시피)은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회의장 규칙을 위반했다며 발언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젊은이는 피부 색깔 때문에 총격의 타깃이 됐다….”
1분 자유발언에선 하원 의원이라면 누구든지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문제는 의사당의 복장 규정을 어긴 데 있었다.
하퍼 의원은 의사봉을 계속 두드리며 “이 사람의 발언은 중단돼야 합니다. 더는 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발언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하퍼 의원은 “의장으로서 의사규칙 17조 5항에 회기 중 의사당 내에선 모자를 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린다”며 후드를 벗지 않을 경우 연단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했다.
결국 당시 의사당에 있던 경비 직원이 연단으로 올라가 그를 연단 아래로 내렸다.
러시 의원은 이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고 있었던 것은 모자가 아니라 후드였기 때문에 의사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었다”며 “진실과 정의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규칙을 어겼다 해도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