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할리우드 재개발사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0일 12시 19분


미국 할리우드는 과거 한때 '범죄 소굴' 내지 '타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상당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할리우드가 이제 또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이 빽빽이 들어서고 주변에는 활기찬 보행자 거리가 조성된 대중교통 중심의 소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망권 침해와 극심한 교통 혼잡을 우려해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할리우드의 재개발 사업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고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재개발 찬성파는 지하철 노선을 따라 고층건물이 들어서도록 함으로써 승용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생활과 업무, 쇼핑을 걸어서 할 수 있게 된다. 최근 10년간 LA는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방식의 재개발이 성공한 사례가 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LA가 고층 건물들이 빽빽한 뉴욕이나 다른 도시와 달리 스프롤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자주 비판하지 않느냐"며 재개발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그는 "재개발 사업은 도시의 건전한 성장에 필수적인 고용 창출과 주거용 건물 등을 담보하면서 대중교통 체계와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할리우드의 건축 지침은 지난 1988년 이래 24년간 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에릭 가르세티 시의원은 "할리우드를 동결해야 할 시점이 1988년은 아닐 것"이라며 "당시 할리우드 관광객은 평균 23분간 머물렀고 범죄율은 최고에 달했으며 지하철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재개발이 시행되면 수십년 간 유지돼온 할리우드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할리우드 언덕을 고층건물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고 도시의 교통난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할리우드랜드주택소유자협회(HHA)의 사라제인 슈와르츠 회장은 시의회 청문회에서 "더 크고 더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며 "할리우드는 재건축이나 고밀도가 아닌 제한과 보호, 보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를 구해야 한다. 한번 잃어버리게 되면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이 부동산 개발업자의 배를 불려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할리우드에 40년간 살았다는 리처드 맥노턴 변호사는 "재개발은 업자들에게 공짜놀이판"이라며 "그들은 평지를 갈아 엎고 삶의 질을 파괴할 것이다. 관광객은 꿈을 보러 오는 것이지 고층건물을 보러 오는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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