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재건을 위해 소비세 증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 내 최대 파벌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그룹이 증세법안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아 당이 깨질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반(反)자민당 세력이 연합한 민주당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으로 의원 150여 명을 계파로 거느린 당내 최대 주주다. 야당인 자민당은 “노다 총리가 오자와와의 관계를 청산하면 증세법안에 협조하겠다”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오자와 계파 의원들의 시위는 이미 시작됐다. 노다 내각이 증세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 지난달 30일 기카와다 도루(黃川田徹) 총무성 부대신 등 정무직 고위 공무원 4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2일에는 민주당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 29명이 무더기로 당직을 내놨다.
소비세 증세법안이 확정되려면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중의원뿐만 아니라 야당이 과반인 참의원도 통과해야 한다. 참의원에서 부결되면 다시 중의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의석 분포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인 자민당은 민주당의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강연에서 “노다 총리가 오자와 씨와 결별하면 법안 통과에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자와 계파를 떼어낸 나머지 민주당과 자민당이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당초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실시 약속을 소비세 법안 협조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물러난 제안이다.
소비세 증세법안에 정치생명을 건 노다 총리로서는 자민당의 협조를 얻기만 하면 중의원 통과는 물론이고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참의원 통과도 가능하다. 그러나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결별은 전후 첫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을 깨자는 얘기여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당이 깨진 후 민주당과 자민당의 연립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 여러 정파가 모인 민주당이 완전 해체돼 과거 계파별 군소정당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일본 정계의 갈등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 도지사를 중심으로 4월 창당설이 나도는 신당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가 기본적으로 소비세 인상에 적극 찬성인 데 비해 신당 참여 및 연대 세력으로 거론되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국민신당 대표 등은 반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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