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망치’ 美참전용사, 나눔 천사로 세계 누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팀 루비콘’ 리더 제이컵우드 “전장 경험, 재난구호 큰 힘”

“아이티에 가려 합니다. 같이 가실 분?”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직후, 미국 전직 해병 제이컵 우드(28·사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당시 우드는 이 짧은 글이 이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미 CNN뉴스는 “글을 올린 지 사흘 뒤 동료 퇴역군인 7명과 함께 무작정 아이티로 떠났던 우드는 2년 만에 미국 제대군인 봉사단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팀 루비콘’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고 전했다

그가 자원봉사에 뛰어든 동기는 단순했다. 전장에서의 경험이 재난지역에서도 도움이 될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마침 경영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한두 달 가벼운 자원봉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군 경험은 기대 이상 쓰임새가 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우드는 “전쟁은 최악의 조건에서 주어진 자원만 갖고 살길을 헤쳐 나가는 일의 반복”이라며 “특히 추진력과 팀워크는 군인 출신들의 가장 큰 매력”이라 말했다.

단체명을 ‘팀 루비콘’으로 지은 까닭도 같은 맥락이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던 ‘결연한 의지’를 전직 군인들은 몸으로 보여줬다. 아이티에서 최고의 봉사단체로 평가받은 팀 루비콘은 이후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혔다. 칠레 지진과 파키스탄 홍수, 내전의 상처가 깊던 수단과 미얀마까지 찾아갔다. 2년 만에 참여봉사자는 1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퇴역군인들이다. 대학원 진학과 안락한 삶은 포기했지만 옛 전우들과 함께하는 ‘나눔의 삶’은 그에게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대군인들의 ‘제2의 삶’도 챙기려 한다. 지난해 그는 함께 활동했던 친구이자 제대군인인 클레이 헌터의 자살로 큰 충격을 받았다. 헌터는 최고의 자원봉사자였지만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우드는 “전문 연구관리 팀을 신설해 제대군인의 치료 및 복지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아이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