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주주들이 주요 경영진의 연봉 인상안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내 대형은행과 기업 가운데 경영진 보수와 관련해 주주들로부터 처음으로 제동을 받은 사례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월가 시위에서 불거진 ‘금융권 탐욕’에 대한 주주들의 행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씨티그룹 리처드 파슨스 회장은 17일 댈러스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들의 연봉 인상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55%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파슨스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결정은 심각한 문제이며 주주들과 만나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판디트 CEO는 경영 회생에 대한 의지의 표현으로 2009년과 2010년 1달러의 연봉을 받아 오다 이번에 170만 달러(약 19억 원)의 급여와 현금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모두 1490만 달러(약 170억 원)의 보수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자회사인 캐피털마켓 존 헤이븐스 대표도 1300만 달러(약 148억 원)의 연봉 인상안이 주총에 상정되었다.
씨티 경영진은 지난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형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탈락한 데 이어 최근 발표된 4회계분기(1∼3월)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감소한 것으로 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씨티가 주주 배당금을 올리지 못한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면서 주주들이 경영진에 성난 메시지를 그대로 던진 것이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미 최대 공무원 퇴직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의 브래드 파체코 대변인은 “씨티는 주주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는 도드-프랭크 법 시행에 따라 최소 3년에 한 번씩 경영자 급여에 대해 주총의 의견을 묻도록 한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투표(no-binding vote)이지만 경영진이 주주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일로 씨티 경영진은 미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 법’에 규정된 ‘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say-on-pay)’ 조항의 첫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대표가 미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의 전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도드-프랭크 법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2010년 7월 21일 발효된 금융개혁법안. 3500쪽에 걸쳐 400개 법안을 담고 있어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개혁법안으로 불린다. 이후 공화당과 금융권의 반대로 하부 규정 마련이 늦어지면서 실제 시행에 들어간 것은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과 은행 예금보험금 상향 조정 등 1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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