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비무장 10대에 100여발 총 쏜 美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경찰 “총 있다 말해… 실제 쏘는 포즈”유족 “1억2000만달러 배상 소송”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과속으로 차를 몰던 중 경찰차의 추격을 받다가 도망치던 10대 대학생이 무려 100여 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AP통신과 LA지역 언론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밤 LA 북부 샌퍼낸도 고속도로에서 대학생 압둘 아리안(19)이 수차례 신호위반과 과속으로 경찰차의 추격을 받았지만 차를 멈추지 않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도망쳤다. 그는 경찰차에 부딪히자 차를 버리고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면서 도망쳤다. 당시 아리안이 차에서 내려 도망가는 장면은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TV 방송국 영상에도 포착됐는데 실제로 아리안은 도망을 가면서 두 차례 뒤로 돌아서 경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사살된 후 실제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휴대전화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주변이 어두워 아리안이 총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리안은 911과 통화를 했는데 녹음기록에도 ‘나는 권총을 갖고 있다. 예전에 총기를 갖고 있다가 체포된 적도 있다. 나는 경찰이 두렵지 않다’고 나와 있다. 경찰의 행위는 정당방위”라며 “아리안이 ‘경찰이 총을 꺼내면 나도 총을 꺼낼 것이다. 다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경찰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리안의 삼촌인 하메드 아리안 씨는 “총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겁에 질려 도망가는 사람에게 100여 발이나 총을 쏜 것은 과잉진압이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출신의 아리안 씨 가족은 LA 시를 상대로 1억2000만 달러(약 1365억 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현지에선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며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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