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가 해외에서 벌인 뇌물 사건으로 국내에서 주주, 소비자, 노조 등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나라 밖의 작은 부패까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주주 및 소비자 운동에 대기업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월마트의 주요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뉴욕 시 퇴직연금펀드는 6월 1일 열리는 월마트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퇴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4월 30일 밝혔다. 최근 미 언론에서 월마트가 2005년 멕시코 지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급행료’ 명목으로 멕시코 정부 관료들에게 2400만 달러에 이르는 뇌물을 건넸다는 보도 직후 나온 것이다. 뉴욕 시 퇴직연금펀드 관계자는 “수년간 월마트에 법과 규제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 기업 주총에서 경영진의 보수 삭감을 요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경영진 퇴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월마트 노조도 최근 종업원 행동지침을 내놓고 사주조합이 주총에서 경영진 연봉 삭감을 넘어 퇴진을 위한 표결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월마트의 곤욕은 이뿐만 아니다. 미국 내 신규 매장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소비자들과 정치권의 반발로 좌초될 위험에 놓여 있다. 뉴욕의 일부 시의원들은 월마트가 신규 점포를 열려는 브루클린 내 주정부 나대지가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된 과정을 조사할 계획이다.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 주 감사관도 해당 토지 계약에 비리가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 들어설 월마트 신규 점포에 대해 소비자들은 점포 승인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보스턴의 소비자단체들은 월마트가 이곳에 새로 진출하면서 정치인들에게 불법 기부금을 제공했는지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월마트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지역 영세상인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反)월마트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대형 노조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식품 및 상업근로자 국제연맹(NFCWIU)의 조 핸슨 위원장은 “월마트의 부패 스캔들과 실패한 리더십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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