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번째 임기가 7일 시작됐다. 하지만 그가 첫 번째 임기를 시작했던 2000년과는 달리 험난한 6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푸틴의 지지 세력이었던 경제력과 고학력을 가진 중산층에서는 푸틴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서로 권력을 맞바꾼 것을 두고 ‘속았다’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운동단체인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류드밀라 알렉세예바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푸틴과 메드베데프 단둘이 누가 나라를 다스릴지에 대해 결정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푸틴은 이번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국가 경영과 주요 안건 결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약 30분간 열린 취임식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푸틴은 짧은 취임 연설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이 하나가 되고 조국을 사랑하며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헌법의 권리 그리고 자유를 강화한다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단결을 호소했다. 또 자신의 지난 임기 동안 러시아 국민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 왔다며 “세계는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를 보았고 이는 우리 국민 개개인이 모두 노력한 결과”라고 국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푸틴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까지 하면 31년간 집권했던 스탈린 이후 러시아를 가장 오랜 기간 통치한 지도자가 된다.
취임식을 마친 푸틴은 크렘린 궁 내 비밀장소로 이동해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군 최고통수권자를 상징하는 ‘핵 가방’을 전달받았다. 푸틴은 이어 메드베데프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함으로써 임무를 교대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아침부터 시위대가 모일 수 있는 시내 광장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푸틴 대통령 취임 반대 집회에 대비한 것. 경찰은 크렘린 궁에서 500m가량 떨어진 호텔에서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친 시위자 22명을 체포하는 등 총 120명을 연행했다.
앞서 취임식 전날 발생한 시위에서는 최소 2만 명의 시위대가 ‘푸틴은 도둑’이라고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반정부 블로거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436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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