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女帝)의 위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에 이어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했다. 특히 이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는 미니 총선으로 불린 선거여서 더 굴욕적이다. 독일 최대의 주로 유권자가 1320만 명(인구 1800만 명)에 이르는 이곳은 내년 총선의 표심을 엿볼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았다. 뒤셀도르프가 주도인 이곳은 독일 최대의 산업기반을 가진 ‘제조업 독일’의 상징이어서 패배의 충격도 더 크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 득표율은 2010년 선거 때 34.6%였지만 이번에는 26.3%로 추락했다. 기민당 사상 최저 득표율이다. 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 참패에 대해 “쓰리고 고통스러운 패배”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이번 선거가 나에 대한 투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메르켈 총리의 긴축정책과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에 대한 독일의 지원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반면 사민당은 지난번 선거보다 4.6%포인트 오른 39.1%의 지지를 얻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도 11.3%를 득표했다. 두 당은 과반으로 무난히 연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군소 정당에 대한 지지도 상승했다. 기민당의 연방정부 파트너인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F)은 8.6%를 얻었다.
이번 기민당의 패배는 메르켈 총리의 긴축정책의 패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민당의 여성 정치인 아이콘으로 부상한 하넬로레 크라프트 주 총리는 “우리는 주민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았다”고 말했다. 크라프트 주 총리는 주 정부 지출을 늘려 복지 혜택과 경기 부양에 힘썼고, 그 결과 재정적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높은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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