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청년 2명의 ‘착한 기업’ 50만명 돕는 기적을 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우리 생수 1병 사면 빈곤국 어린이 1명 일주일 급식비 해결”

어스그룹 설립자 코리 칠리벡 씨(오른쪽)와 맷 모로 씨가 어스그룹 제품들을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어스그룹 설립자 코리 칠리벡 씨(오른쪽)와 맷 모로 씨가 어스그룹 제품들을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04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에베레스트로 여행을 떠난 캐나다 청년 코리 칠리벡 씨(34)는 우연히 관광객이 마실 콜라 캔 수십 개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현지인을 만났다. 찢어진 옷차림에 맨발로 매일 5km 높이의 산을 오르내리는 이 노인이 하루 일당으로 받는 돈은 25센트(약 300원). 자신이 짊어지고 다니는 콜라 한 캔도 사지 못하는 돈이었다.

그해 캐나다 앨버타대에 복학한 칠리벡 씨는 대학 동창 맷 모로 씨(26)와 함께 ‘더 인간적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더 친절하게 사용하는 기업은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2012년 현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가장 큰 후원 기업 중 한 곳으로 성장한 ‘어스그룹(Earth Group)’의 창립 계기였다.

회사의 기본 운영 방침은 판매되는 생수 커피 차(茶)의 모든 수익금을 세계 빈곤 어린이를 위해 기부하는 것. 모든 제품에는 ‘당신이 이 제품을 사면 굶주리는 어린이 한 명이 일주일간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두 청년은 창립 첫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낡은 밴 승용차를 몰고 캐나다 전역의 언론사와 고객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팔았다. 숙소비가 없어 밴에서 먹고 자길 1년여, ‘착한 소비가 곧 가장 쉬운 기부’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 덕에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캐나다에 이어 미국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자연스레 유명 연예인과 축구선수들이 광고모델을 자원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나이키 등도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사내(社內) 행사 때마다 어스그룹 제품을 쓴다. 현재 서구권에서 팔려 나가는 생수만 연간 250만 병, 수익금 전액은 고스란히 WFP로 기부된다. 어느덧 어스그룹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는 세계 전역의 빈곤 어린이는 50만 명으로 늘었다. 그 대신 광고비와 마케팅비를 없애고 회사 규모를 직원 14명으로 유지하면서 남긴 마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어스그룹은 이제 한국인들에게도 ‘착한 소비’를 권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진출을 계획 중인 것. 이를 위해 최근 방한한 칠리벡 씨와 모로 씨는 14일 서울 중구 캐나다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여름부터 한국에서 어스그룹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한국을 아시아 첫 도전 국가로 삼은 이유에 대해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고 의식이 깨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올바른 소비는 좋은 투표만큼 중요한 선택”이라며 “한국인들이 ‘착한 소비’에 힘을 보태준다면 매년 도울 수 있는 어린이가 1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빈곤국#급식비#착한 기업#어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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