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지지했다 큰코 다친 오바마 “다시 경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지지율 역전 일격 당하자 ‘롬니 경제 실정’ 포화 집중
“동성결혼 지지 선언적 의미 법적 변화 없을것” 한발 후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왔던 오바마 진영은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발표 이후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이라는 일격을 당하자 대선 핵심 변수인 경제를 다시 정조준하는 전략에 돌입했다.

오바마 캠페인은 14일 롬니 경제정책의 허점을 공격하는 ‘롬니 이코노믹스’라는 웹사이트를 출범시켰다. 이어 15일에는 롬니 후보가 과거 베인 캐피털 투자회사를 경영할 당시 인수한 다른 기업들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었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개시했다. 포브스는 “오바마가 자신의 경제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상대 후보의 경제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돌아서면서 ‘경제 캠페인 제2 라운드’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TV 토크쇼 ‘더 뷰’에 출연해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법 ‘결혼수호법(DOMA)’ 폐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동성결혼 지지가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법적·정책적 변화를 몰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DOMA는 ‘동성 커플에게 이성 커플과 같은 연금, 세제상의 법적 이득을 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동성결혼 지지자들로부터 최우선 폐지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은 동성결혼이 아니라 경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롬니는 자신이 경제회복의 적임자라고 하지만 그에게 맡기면 오히려 경제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캠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에게 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뉴욕타임스-CBS 공동조사(11∼13일 조사)의 방법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조사는 새로운 응답자를 선정하지 않고 지난달 응답자를 대상으로 똑같은 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15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공동조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각각 30%로 갈리는 등 여론 분열 조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오바마 캠프는 롬니 후보의 베인 캐피털 경영 부실과 월가 개혁 이슈로 돌아서면서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올 미국 대선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올 들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왔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경제 지표가 회복세를 보인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달 초 발표된 실업률, 제조업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미미한 회복세밖에 보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다시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선까지 앞으로 6개월간 발표될 각종 경제 통계치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희비를 가를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표심도 오바마 대통령 재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과 히스패닉 계층에서 60∼70%대의 확고한 지지율을 확보했다는 판단하에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흑인 인구의 실업률이 상승하고 이민법 개혁 부진으로 히스패닉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 사이에서 동성결혼 반대 여론이 높은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과 다음 달 초에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를 잇달아 방문할 계획을 세운 것도 이들 지역에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 밖에 낙태, 피임, 총기 소지 등 미국의 보수와 진보적 가치를 가르는 사회 이슈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거리다.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는 “고심 끝에 내놓은 동성결혼 지지 발표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오바마로서는 다른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대선 때까지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美대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