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49명을 포함해 최소 108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해된 지난달 25일 시리아 ‘훌라 대학살’의 참혹함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시리아 공군장교로 복무하다가 훌라 학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탈영한 지하드 라슬란 소령의 이야기를 전했다. 서부 타르투스에서 복무하던 그는 휴가를 얻어 홈스 주 훌라에 있던 집을 찾았다가 학살을 목격했다.
“수백 명의 남자들이 군용트럭, 오토바이 등에 나눠 타고 민가에 들이닥쳤다. 일부는 샤비하 멤버로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상당수는 하얀 운동화와 군복 바지 차림이었다. 그들은 ‘샤비하는 영원하다, 아사드를 위하여’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내 이웃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샤비하는 시아파의 소수 분파인 알라위파를 추종하는 무장단체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비호 아래 크게 성장했다. 라슬란 소령은 “정부는 반군이 살인을 저지르고 집을 불태운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내 눈으로 목격한 것은 그 반대”라며 훌라 학살 이후 자신처럼 도망치는 정부군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훌라 학살에서 살아남은 11세 소년 알리 엘사이드 군은 가족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던 순간을 가디언에 증언했다.
“26일 오전 3시경 무장군인들이 마을로 들이닥쳤어요. 장갑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우리 집 문에 5발의 총을 쏜 다음 아버지와 형을 잡으러 왔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삼촌에 대해서도 물어봤어요. 그들은 셋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어요. 엄마가 ‘내 남편과 아들에게 뭘 원하느냐’고 소리치자 한 남자가 엄마를 기관총으로 쏘았어요. 그 다음엔 내 남동생과 여동생을 쏴 죽였고요. 여동생은 겨우 다섯 살이었어요. 나는 총알이 비켜나가 살았지만 얼굴에 피를 묻힌 채 죽은 척했죠. 그들은 집을 나서면서 TV 3대와 컴퓨터를 챙겼어요. 집을 나서다 때마침 돌아오던 아버지와 형, 삼촌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모두 쏘아 죽였어요.”
학살 직후 시신 수습을 돕기 위해 훌라를 찾은 아흐메드 알카셈 씨는 “뇌가 쏟아져 나온 아이와 칼에 머리를 찔려 죽은 한 살배기 아이의 시신을 봤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일 의회 연설에서 훌라 학살에 대해 “괴물도 우리가 목격한 것과 같은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학살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테러단체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훌라 학살과 관련해 시리아 정부를 규탄하고 형사적 처벌을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로 하는 결의안을 1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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