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유니언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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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여왕 즉위 60돌-올림픽 국가적 경사 겹치며 “제국주의 상징” 오명 벗고 애국 아이콘 부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인 다이아몬드 주빌리와 2012 런던 올림픽이 겹친 ‘주빌림픽’의 해를 맞아 영국에서 ‘유니언잭’ 열풍이 불고 있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벗고 ‘쿨 브리타니아(멋진 영국)’의 아이콘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

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유니언잭은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다. 깃발은 물론이고 그릇 냅킨 양말 옷 신발 애완용품까지 거의 모든 상품에 유니언잭이 새겨져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 주말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에서 팔린 유니언잭 깃발만 약 286만 개. 유니언잭 상품 판매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 4배나 급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서 태극기 열풍이 분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니언잭은 영국에서 제국주의, 식민주의에 대한 향수로 인식되며 깃발을 흔드는 것 자체가 국수주의적이고 극우적인 행동으로 비쳤다. 이 때문에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첫 출근길에 유니언잭을 든 지지자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했다 비난받기도 했다. 유니언잭 기념품 상점 주인들은 극우당인 영국국민당(BNP) 당원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왕실 결혼식 및 올해 다이아몬드 주빌리 같은 왕실 축제와 64년 만의 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가 이어지면서 유니언잭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이 회복됐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영국 경제가 최근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37년 만의 더블딥에 빠진 상황에서 유니언잭 열풍이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유니언잭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며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 유럽인에게도 유니언잭은 쿨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고 CNN은 전했다. 엑세터대의 닉 그룸 교수는 “유니언잭 열기가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며 “이제 유니언잭의 역사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그 자체로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니언잭#엘리자베스 2세#여왕 즉위 60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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