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버러 분쟁 해역 中, 인해전술로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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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홍콩언론 ‘늑대떼 전술’ 분석
“순시선-어선 등 97척 동원 목표물 포위해 필리핀 압박”

중국이 6·25전쟁 때 사용했던 인해전술과 비슷한 전략을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스카버러(중국명 황옌·黃巖) 섬 분쟁에 동원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평론가들은 이를 목표물을 포위 공격하는 ‘늑대 떼 전술(狼群戰術)’로도 표현했다.

중국은 4월 초순부터 이 섬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과 대치하면서 순시선과 어정선 등 공무선을 수시로 증파하고 어선 등 민간 선박 등을 포함해 한때 97척까지 동원해 필리핀을 압박했다고 홍콩 펑황(鳳凰)위성TV가 최근 전했다.

급기야 필리핀 외교부는 5월 23일 성명을 통해 “5월 14일 분쟁 해역에 중국 배는 5척의 정부선, 16척의 어선과 56척의 다목적선이 있었다. 22일에는 다목적선이 76척으로 늘었다”고 항의했다. 분쟁 해역에 중국 배가 무려 97척이 있었던 것.

앞서 사태 발생 직후 4월 11일 이 해역에는 중국 어선 12척이 있었으며 당시 필리핀 해군 함정의 나포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온 중국 순시선 2척이 포진했다. 중국은 교대로 순시선 등을 파견해 필리핀 해군을 저지하면서도 민간 어선의 수를 크게 늘려 이 수역을 사실상 장악하며 필리핀 어선이 끼어들 공간을 없앴다.

펑황위성TV의 한 평론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영국으로 향하는 미국의 보급선을 끊기 위해 잠수함 등을 동원해 목표를 포위 공격한 ‘늑대 떼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미국이나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군함 동원을 피하는 대신 어선 등 민간 선박을 활용해 분쟁 해역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언론은 이 방식이 중국에 승리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사태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따라서 중국이 한국 등 주변국과의 해상 분쟁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카버러 섬은 필리핀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작은 산호초 섬이다. 필리핀 루손 섬에서는 230km, 중국 하이난(海南) 성에서는 120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은 군사력 사용 주장까지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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