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내정 불간섭” 中-러, 또 시리아 인권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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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구자룡 국제부
구자룡 국제부
“시리아 위기는 외부 간섭 없이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중인 6일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시리아가 주권 독립통일 및 영토의 완전성을 지킬 것을 굳게 지지한다”며 “외부 간섭 없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시리아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1만3400여 명이 희생된 시리아의 요즘 상황은 ‘유혈 진압’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심각하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리비아 사태 때 무력 개입해 카다피 정권 축출을 이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시리아 학살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여러 외교적 경제적인 이유가 있지만 시리아에 유일한 해외 해군 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의 후원과 경제적 이권이 훼손될까 우려해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몰아넣은 상황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리아의 참혹한 상황을 ‘그 나라의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것이 유엔 헌장이 추구하는 ‘주권 보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적 현안에 대해 ‘반서방’이라는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은 자유이지만 두 나라가 ‘내정 간섭 불가’를 외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사드 정권으로 하여금 국민을 학살할 시간만 연장시켜 줄 뿐이다. 아사드의 광기가 멈추지 않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중-러 정상들은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폐쇄와 독재, 강제수용소 등으로 지구상 최악의 인권 실태를 연출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침묵할 수 없는 것처럼, 시리아 학살을 막기 위한 노력을 내정 간섭이라고 하는 중-러의 공동성명에 동의할 수 없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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