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사망 후 처음 치러지는 리비아 제헌의회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연기설이 흘러나오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19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해 10월 41년간의 장기독재 끝에 반군에 사살된 카다피가 1969년 9월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43년 만의 자유선거다. 무소속 2639명을 포함해 4013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고 정당도 35개나 이름을 올려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리비아를 이끌 정치체제와 헌법을 정할 제헌의회는 무소속 후보들만이 출마하는 지역구 의원 당선자 120명과 정당 추천을 받아 의원이 되는 80명 등 총 200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부족 간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0여 개 부족으로 구성된 리비아는 겉으로는 근대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부족에 기반을 둔 나라다. 유력한 정당이나 정파가 없다. 각 지역구에서 승리할 120명의 당선자들은 사실상 부족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의회 내에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성공 여부와 더불어 리비아의 통합을 불투명하게 하는 가장 큰 변수는 카다피 정권 퇴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치안 불안이다. 대도시는 혁명 이후 경찰과 정부군이 질서를 잡아 가고 있지만 소도시에서는 여전히 잦은 부족 간의 전투로 많게는 한 번에 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 민병대가 공항이나 국경지대 등 굵직한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는 등 과도 정부인 국가과도위원회(NTC)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중부 타르후나 출신 무장 세력들은 3일 자신들의 지도자가 실종되자 당국에 조사를 요구하며 4일 무력으로 수도 트리폴리 공항을 점령했다. 타르후나는 카다피를 지지하던 주요 지역 중 하나다.
선거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일정을 7월로 늦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4000명이 넘는 후보자들을 일일이 검증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선거 연기의 이유다. 선관위는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최근 미국을 방문한 무스타파 아부샤구르 부총리는 “후보 검증 절차나 투표용지 인쇄 등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많다”며 “라마단 시작인 7월 20일 전에는 선거가 치러지겠지만 아마도 당초 예정된 선거 일정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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