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사당국이 반(反)푸틴 시위대의 얼굴로 통하는 한 유명 여성 방송진행자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170만 달러(약 19억8400만 원)에 이르는 외화 현찰이 발견돼 탈세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AP통신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 방송인 크세니야 솝차크 씨(31·사진)의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 솝차크 씨는 ‘러시아의 패리스 힐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사교계에서도 이름난 명사다. 수사 당국은 솝차크 씨의 집에서 100만 유로가 넘는 유로화와 미화 48만 달러 등이 들어있는 봉투 100여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솝차크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은행을 믿지 못해 집 안에 돈을 보관한 것”이라며 “내 연간 소득은 200만 달러가 넘는다”고 반박했다. AP통신은 “러시아에서 거액의 현금을 집 안에 보관하는 것은 부자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수사당국은 솝차크 씨 집에서 거액의 외화 현금이 발견된 사실을 들어 대다수 러시아 국민에게 야권 세력을 응석받이로 자란 부잣집 자녀들로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정권이 야권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이 주도한 12일 반푸틴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야권은 당초 100만 명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참가 인원이 크게 못 미쳤다. 주최 측은 10만 명이 가두행진과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2만 명이 가두행진에, 1만5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시위는 푸틴 대통령이 집회질서 위반자에 대한 벌금을 최대 150배 인상하는 내용의 불법시위 처벌강화법에 8일 서명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이에 따라 개인에 대한 벌금이 종전 2000루블(약 7만 원)에서 30만 루블(약 1060만 원)로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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