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암거래 게이트’ 얼룩진 런던 올림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 英誌 “54개국 올림픽委 연루”자국 배당분 외국에 판 혐의, 그리스-우크라 고위급 조사 받아런던조직委선 “그런 일 없다”

7월 27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 티켓이 암거래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8일 본격 조사에 나섰다.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는 17일 “입장권을 할당받은 54개국 올림픽위원회(NOC)가 티켓을 암거래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7월 27일∼8월 12일 열리는 경기 티켓 중 100m 육상 결선 등 인기가 높은 경기 입장권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암거래되고 있다는 것. 선데이타임스는 기자들이 불법 티켓 판매상으로 위장해 각국을 돌며 취재했다며 중동지역을 비롯한 54개국 27명의 관리와 거래한 현장거래 증거서류와 그리스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중국의 올림픽 관련 임원들이 웃돈을 주고 표를 팔려고 했던 거래 내용을 공개했다. 올림픽 입장권 암거래는 그동안 수차례 의혹이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실명이 공개되며 거래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엔 AP통신 등이 우크라이나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그리스 올림픽위원장도 암거래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그리스 올림픽위원장 스피로스 카프랄로스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서배스천 코와의 친분을 자랑하며 자신이 할당받은 3000장 이외에 최우등석 입장권 한 묶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프랄로스는 암표상으로 위장한 선데이타임스 기자에게 “그리스가 현재 경제난이 심각한데 런던 올림픽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비싼 입장권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 (내가 챙긴 표를 팔고 있는) 암표상들은 입장권을 그리스가 아닌 나라에서 잘 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IOC는 각국에 배정된 올림픽 입장권은 다른 나라에서는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카프랄로스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그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5월 우크라이나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볼로디미르 게랴셴코가 암표상으로 위장한 영국 BBC방송 기자에게 “입장권 100여 장이 있다. 살 생각이 있다면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해임됐다.

카프랄로스 외에 세르비아와 리투아니아, 중국의 올림픽위원회 관련 인사들도 도마에 올랐다. 이스라엘 전직 수영 국가대표로 이스라엘·키프로스 2개국 입장권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요아프 브룩(40)은 남자 100m 육상경기 AA급 입장권을 포함해 여러 경기의 입장권 수백 장을 선데이타임스 기자에게 6만6000파운드(약 1억2000만 원)에 팔려고 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도 장당 6000파운드(약 1090만 원)에 팔려고 시도했다.

IOC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입장권은 개최국에 절반이 할당되고 다른 나라들은 개최국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희망수량을 신청한 뒤 자신들이 공식 지정한 대행업체를 통해 팔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공식대행업체 세방여행사가 약 2700장의 입장권을 할당받아 팔고 있다. 입장권 가격은 경기에 따라 최소 20.12파운드(약 3만7000원)에서 최대 2012파운드(약 370만 원)로 정해져 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런던 올림픽#티켓 암거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