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콘퍼런스: 2012년 한국-미국-주변국 선거 후 한반도 정세
국제한국학회-조지워싱턴대 아시아연구센터 등 공동 주최
《 올해는 한국과 주변국들에서 ‘파워 시프트’가 이뤄지는 중요한 해이다. 이미 러시아 대선이 치러졌고, 한국 미국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일본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한미안보연구회(공동회장 김재창·존 틸럴리)는 ‘2012년 한국, 미국, 주변국 선거 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27,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국제한국학회, 조지워싱턴대 아시아연구센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세종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 콘퍼런스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선거 후 한반도 정세’
‘선거 후 한미공조 체제’ ‘한국 새 정부의 남북관계’ ‘자유무역협정(FTA) 후 한국의 외교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현안’
등 5개 분과에서 깊이 있는 토론을 펼쳤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권력 변화기를 맞은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 확고한
군사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권력교체(정권 연임 포함)는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주변국들이 권력 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월 미 대선에서 맞붙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대북정책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변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롬니 후보는 한반도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한편 한국에는 북한에 한층 대립적인 정책을 구사하도록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밴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본다면 한반도 상황이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롬니의 정책 스타일로 볼 때 결국에는 북한과 대화 국면을 조성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북한과의 대립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할 경우 곧바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든 창 포브스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북한에 관심을 쏟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관심은 ‘마비(paralysis)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에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이를 행사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성장률 하락, 거세지는 민주화 요구, 연이은 정계 스캔들 등으로 10월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에서 시진핑(習近平)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스케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소란스러운 중국 내부 상황은 정책당국자들로 하여금 북한 문제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군부와 당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정치 불안이 과거보다 뚜렷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는 언제나 이런 갈등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하고 제도화시켜 왔다”며 “현재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마비 상태라기보다) ‘무력증(inertia)’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북한과의 접경지대 안정은 중국의 최고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게 위협받는 일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용순 성균관대 명예교수(정치학)는 “중국은 북한에 언제나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지 않는 것도 중국의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선 것이 중국의 대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병기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국내 재벌세력을 단속하고 ‘페트로 달러(petro-dollar·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로 거둬들인 경제 호황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뒷자리로 밀려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리비아 이란 제재 문제에서 보조를 맞춰온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북한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한발 뒤로 물러선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버트 서터 조지워싱턴대 교수(정치학)는 “권력 교체기를 맞은 한반도 주변국들이 국내 상황 관리에 치중하기 위해 당분간 기존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이들 모두 6자회담 참가국으로 한반도 문제에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인 만큼 한국은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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