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 ‘크롬’을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선다 피차이 크롬 부문 수석부사장은 2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I/O’ 둘째 날 기조연설을 통해 “어떤 종류의 운영체제(OS)나 디지털 기기에서도 크롬 브라우저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해 왔다”며 애플과의 협력 사실을 밝혔다.
기조연설 이후 애플 앱스토어에 공개된 크롬 브라우저에는 “사파리(애플의 웹브라우저)보다 훨씬 낫다”는 사용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 인터넷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은 지난달 세계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32.1%)를 처음으로 앞지르고 세계 1위 웹브라우저가 됐다.
크롬은 2008년 구글이 선보인 자체 웹브라우저다. 구글이 크롬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마저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에 밀려 퇴출된 마당에 구글이 무모한 짓을 한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구글은 약 4년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크롬을 기반으로 한 OS를 만들고, 이 OS를 사용한 크롬북, 크롬박스 등 컴퓨터까지 만들어 사무용 기기로 활용하면서 MS의 사업기반을 위협했다. MS는 처음엔 웹브라우저만으로 뭘 하겠느냐고 방심하다가 웹브라우저가 윈도 OS와 윈도 오피스 등 핵심 상품의 매출을 갉아먹는 걸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크롬은 구글의 ‘트로이의 목마’였던 셈이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도 크롬이 널리 쓰이면 아이폰·아이패드 또한 구글을 위한 전자기기로 전락할 수 있다. 다만 구글은 애플이 직접 통제하는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크롬을 배포할 수 있어 애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약점이 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애플과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어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양사가 오랜 기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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