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이른바 ‘오바마케어’의 개인 의무가입 조항 합헌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57·사진)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임명한 대표적인 보수 대법관으로 건보개혁법안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12년 먼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동문이면서도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1월 로버츠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국정연설에서 기업의 선거 관련 TV 광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오바마의 비판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앞서 2005년 로버츠 인준 반대에 앞장선 사람도 바로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로버츠의 결정이 ‘역사적’이라면서 보수, 진보 양 진영으로 나눠져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대법원이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미 대법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 4명과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부자(父子)가 지명한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로버츠 대법원장이 임명된 후 5 대 4로 난 판결이 100건에 달한다.
지금까지 총기 규제, 낙태 문제 그리고 인종 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한 보수적 의견을 냈던 로버츠 대법원장이 건보개혁안을 지지한 이유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지지할 헌법적 근거가 있다면 법관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그는 진보와 보수로 양극화된 워싱턴 정가에서 삼권분립의 의미를 강조해 왔다. 특히 대법원이 1936년 석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노동시간을 제한한 의회법안을 기각한 일을 좋지 않은 선례로 지목했었다.
존스홉킨스대의 조엘 그로스만 교수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념이 아닌 지도자의 임무에 걸맞은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판결이 발표될 당시 “의무가입 조항은 위헌”이라는 CNN과 폭스뉴스의 오보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판결 내용이 합헌인 것으로 밝혀지자 “모든 미국인의 승리”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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