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말은 단호했다. 에티오피아에서 27일 24명이 한꺼번에 ‘테러 준비 및 가담, 테러 유발 행위’ 등의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민주화를 상징하는 ‘아랍의 봄’이란 단어가 이날 재판에선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반란이란 의미로 쓰였다. 검찰은 이들에게 종신형을 구형했으며 형량은 다음 달 13일 선고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엔 미국 펜(PEN) 클럽에서 ‘저술자유상’을 받은 에스킨더 네가 씨 등 언론인 6명도 있다. 네가 씨는 온라인에 아랍의 봄에 대한 글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오다 1월 체포됐다. 판사는 표현의 자유가 안보를 위협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대될 땐 제한될 수 있다며 “네가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해 폭력을 선도하고 헌법을 전복하려 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에서 언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최근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에티오피아의 분리 독립단체를 취재하기 위해 불법 입국한 스웨덴 언론인 2명이 징역 11년 형을 받았다. 2월에는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비판한 기사를 쓴 언론인 2명이 징역 14년형을 받았다. 모두 2009년 도입된 ‘반테러법’의 적용을 받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에티오피아는 2005년 총선에서 멜레스 제나위 총리가 이끄는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부정 투표 의혹이 불거진 이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반테러법을 내세워 체포한 활동가나 재야 정치인들이 200명이 넘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 관계자는 “아랍의 봄 이후 에티오피아 정부가 가벼운 비판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반대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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