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정동맹에 英위상 약화”
총리 필요성 언급에 각료 가세 국민 49% “즉각 실시해야”
영국 정치권이 유럽연합(EU)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문제로 시끄럽다. 유로존이 회원국의 재정과 부채에 대한 감독 강화 등 더 강력한 유럽통합으로 경제 위기를 해소하려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일 선데이 텔레그래프지 기고문에서 “영국의 현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EU를) 떠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길을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라며 “총선이나 국민투표 등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얻을 최선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필요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다만 “국민투표를 통한 조기 EU 탈퇴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투표를 하더라도 가장 적절한 시점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 가입국이 아니다. 따라서 EU가 금융과 재정 정책에서 갈수록 개별 국가의 권한을 줄이고 중앙 집권적 동맹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면 영국의 독자성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수당 의원들은 “영국의 독립적인 금융 감독 권한이 약화되고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총리 발언 이후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EU가 더 가까운 동맹이 되기로 합의한다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내각을 떠난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은 2일 “EU 밖의 삶은 공포가 아니다. 영국은 EU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약 100명의 보수당 하원의원은 EU 통합 가속화에 따른 영국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며 “다음 국회에서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총리에게 보냈다.
지난주 만난 EU 정상들은 유로존 위기의 극복 대책으로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유럽중앙은행(ECB)의 지휘를 받는 단일 은행감독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EU 집행위와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에 대해 유로존 문제로 행사하는 권한이 너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론도 어정쩡하게 EU에 남아 유로존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의 영향권에 놓이는 게 득보다 실이 크다는 쪽이다. 영국이 올해 초 EU 25개국이 서명한 신재정협약에 불참한 것도 국민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포퓰러스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인 49%가 EU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바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BBC방송은 “캐머런 총리가 다음 총선 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그 시기를 2015년 이후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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