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알카에다 ‘유적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세계문화유산 지정 통부크투
고대사원-성인무덤 잇단 파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말리의 고도(古都) 통부크투 유적이 이슬람 반군에 의해 또 파괴됐다.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 ‘안사르 딘(믿음의 방어자들)’이 1일(현지 시간) 시디 야흐야 사원의 ‘성스러운 문’을 곡괭이로 부쉈다. 4월 말리 북부를 점령한 안사르딘은 지난 주말 이슬람 수피파 성인 무덤 7개를 파괴했다.

시디 야흐야 사원은 통부크투가 서아프리카의 종교 문화 경제 중심지로 황금기를 구가했던 1400년경 지어졌다. 유네스코 웹사이트에 따르면 징게르 베르, 상코레 사원과 함께 통부크투의 옛 영화를 짐작케 하는 대표적인 진흙벽돌 건축 유적이다. 시디 야흐야의 사제 알파 압둘라히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설에 따르면 이 사원의 문은 세상이 종말을 맞는 날에만 열린다”고 말했다.

AFP는 반군들이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면서 문을 파괴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반군 대변인은 “신의 이름으로 이 도시의 모든 고묘(古墓)를 예외 없이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군은 지금까지 16개의 통부크투 고묘 중 8개를 파괴했다.

현지 라디오 진행자 카데르 칼릴은 “반군은 전설을 믿는 주민을 바로잡고 꾸란에 전적인 신앙을 쏟도록 가르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반군은 버스를 타고 도시를 떠나려는 주민을 가로막고, 이들을 인간방패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의 통부크투 파괴는 200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안 계곡의 거대 불상을 폭파한 일을 연상시킨다. 안사르딘은 지난주 유네스코가 통부크투를 ‘위기의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자 파괴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가 이 도시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1998년이다.

알제리를 방문 중이던 사디오 라민 소우 말리 외교장관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북부 지방을 반군의 손에서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미국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통부크투 파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외교부 성명에서 “분개만을 불러일으키는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말리 알카에다#유적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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