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사인 방사능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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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시신 샘플서 폴로늄 상당량 검출
부인, 팔 정부에 유골검사 요청

8년 전 갑자기 사망해 독살설이 나돌았던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사진)의 사인이 방사능 중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 9개월간 조사한 결과 아라파트의 시신 샘플에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상당량 검출됐다”고 4일 보도했다. 75세의 고령이었지만 줄곧 건강한 모습이던 아라파트가 2004년 10월 쓰러져 한 달 만에 사망하자 에이즈 바이러스 주입에 의한 살해 등 각종 루머가 떠돌았다.

아라파트의 옷과 칫솔, 그의 상징물과 같았던 카피에(두건)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폴로늄이 검출됐다. 조사를 맡은 스위스 로잔대 방사선연구소의 프랑수아 보슈 소장은 “의복과 소지품에 남아 있던 피, 타액, 땀으로 인한 얼룩에서도 폴로늄이 나왔다”며 “사망 전 그의 몸속에 상당량의 폴로늄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씨가 그동안 보관해왔던 아라파트 사인 조사 결과 문서를 9개월 전쯤 알자지라 방송에 제공하면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루머로 나돌았던 간 경변, 에이즈, 백혈병을 비롯한 암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서 이스라엘 탱크부대에 포위됐다가 프랑스 파리로 이송된 뒤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페르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당시 프랑스 당국이 그의 사인을 발표하지 않아 의혹을 부채질했다.

아라파트는 사망 전 체중 감소,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으로 전향한 전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영국 런던에서 폴로늄 중독으로 급사했을 때와 같은 증세를 나타냈다.

수하 씨는 “남편이 페르시 군 병원에서 입었던 의복, 병원에 보관된 시신 샘플과 사망 전후 검사 결과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사기밀이며 모든 샘플과 자료를 폐기했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유골을 조사해줄 것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폴로늄은 마리 퀴리가 1898년 발견한 강력한 방사성 물질로 우주선 동력에 사용된다. 폴로늄 중독으로 사망한 첫 희생자는 퀴리의 딸 이렌 졸리오퀴리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아라파트#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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