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나토 보급로 열어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드론 오폭’ 7개월 만에 美 유감 표명 양국 화해

지난해 5월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관계가 악화됐던 미국과 파키스탄이 화해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아프가니스탄 육상 보급로도 약 7개월 만에 다시 개통됐다.

미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3일 오전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보급로를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해 11월 미 무인기 드론의 오폭으로 파키스탄 군인 24명이 숨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클린턴 장관은 “파키스탄군의 손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파키스탄, 아프간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당초 “공식 애도는 없다”고 했던 방침을 거둬들인 데는 속사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막혀버린 파키스탄 루트 대신 선택한 중앙아시아 보급로는 기존보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국방부 추산에 따르면 7개월간 10억 달러(약 1조1365억 원)가 추가로 들었다. 이로 인해 2014년 아프간 철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았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샤밀라 차드해리 분석원은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 ‘외교적 굴복’이란 빌미를 주더라도 보급로는 회복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급로를 재개하며 파키스탄이 요구했던 수송 트럭당 5000달러의 통행료는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대로 250달러만 내기로 합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계자는 “그 대신 파키스탄의 대테러 작전을 돕는 명목으로 12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의회에 청원하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이 줄곧 요구해 온 미국의 공식적 ‘사과(apology)’ 대신 ‘유감(sorry)’ 수준의 입장 표명을 받아들인 것은 이 같은 금전적 보상이 크게 작용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키스탄#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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