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쪼들려요, 4달러 이상씩 기부 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롬니에 두달째 모금액 뒤지자 소액 기부자에 e메일로 호소
롬니에 뭉칫돈 기부자 몰려… “이대론 재선 어렵다” 비상

“저는 지금 기진맥진해 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보통사람들이 선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늘 바로 4달러(약 4600원) 이상씩 기부해 주세요.”

기자는 10일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 발신인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info@barackobama.com)였고 ‘나는 기진맥진해 있다’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올해 말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더 도와 달라”고 호소한 것. 지난해 말 당첨되면 그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10달러짜리 ‘복권’을 샀던 기자도 그의 소액 기부자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액 기부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며 선거자금 모금에 나선 것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선거자금을 더 많이 모아 캠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롬니는 지난달 1억600만 달러를 모았다. 오바마보다 3500만 달러나 많은 금액.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이 합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자들이 롬니에게 돈을 몰아준 것이다. 오바마 재선캠프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앤 매리 해버쇼는 “당장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11월 선거에서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절대 금액은 오바마가 더 많다. 올 들어 6월까지 오바마는 3억5240만 달러를 모았다. 롬니가 같은 기간 모금한 2억2700만 달러보다 1억2540만 달러 많다. 하지만 대선을 7개월 앞둔 올해 4월 이후 롬니의 모금 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오바마 재선캠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선거자금의 성격도 오바마에게 불리하다. 오바마의 경우 전체 선거자금의 절반이 넘는 54.9%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기부였다. 반면 롬니는 2000달러 이상 고액기부가 58.8%나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롬니 후보가 모금한 1억600만 달러 가운데 7000만 달러가 고액 기부자의 뭉칫돈이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오바마에게 뭉칫돈을 선물하는 고액 기부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바마는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개혁 대상인 월가와 날을 세우는 바람에 월가의 큰손인 금융회사들에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롬니는 큰손들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S·독자적인 정치행동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어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다.

선거자금 모금은 부진하지만 오바마는 지지율에서 롬니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10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지지율은 49%로 롬니의 43%보다 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오바마#기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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