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이후 최악 스캔들… 벌금만 최대 수십억달러… 자산가치 0.5% 날아갈 판
소수인종 대출금리 높게 받은 웰스파고 2012억원 과징금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12개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가 벌금과 소송에 따른 배상액 등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무려 220억 달러(약 25조30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금융권은 이번 사건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파괴력이 큰 금융 스캔들이 될 것이 확실한 만큼 벌금액도 사상 최고액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추정치를 통해 각각의 은행에 최대 몇 십억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벌금만으로 이들 은행의 주당순이익(EPS)의 4∼13% 또는 자산가치의 0.5%가 날아갈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분석했다.
12개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벌금을 물기로 결정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사례를 보면 다른 11개 은행에 추가로 부과될 벌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초기에 조사 협조를 통해 벌금을 경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 및 미 사법부로부터 사상 최고액을 부과받았다. 총 4억5000만 달러의 벌금 가운데 2억 달러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9280만 달러는 영국 금융청(FSA), 나머지 1억6000만 달러는 미 법무부에 내야 한다. CFTC와 FSA가 부과한 벌금은 각 기관이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다. 과징금 규모를 추산한 모건스탠리는 “다른 은행들은 (조사에 협조한) 바클레이스처럼 벌금을 경감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만 해도 은행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매출이 적게는 수백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 달러가 넘는 곳도 있어 수십억 달러의 과징금은 무리한 추정이 아니다. 사건에 연루된 대형 금융회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클레이스처럼 영업 점포를 두고 있는 미국 EU 일본 캐나다 등 각국에서 추가로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보 조작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와 거래 상대방의 집단 소송으로 인해 각 은행은 6000만∼11억 달러, 평균 4억 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분석했다. 현재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대형은행은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씨티그룹과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이다.
각국의 금융 감독 및 사법 당국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리보가 430조 달러에 이르는 금융 거래의 기준 금리여서 이를 조작하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송두리째 흔든 사건으로 규정되고 있다. 리보 조작 사건과 별도로 EU 집행위원회는 13일 몇 년간 진행해온 은행 간 파생상품 금리 담합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최대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은행인 웰스파고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에 대해 백인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바람에 1억7500만 달러(약 2012억 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미 법무부와 합의한 이 같은 과징금 규모는 은행이 대출자에게 더 비싼 대출금리를 적용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BOA 자회사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3억35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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