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위기국 ‘한국 금 모으기’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5시 41분


"유럽 위기서 안전한 지역·국가 없다"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가 어느 한 국가가 경제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 같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선 세계 경제'를 주제로 지난 1일 취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외부 강연을했다.

그는 강연이 끝나고 나서 케말 더비스 연구소 부소장이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며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위기 국가들도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과 다른 나라의 개발 경험 및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더비스 부소장은 돈을 많이 쓰고도 효과는 거의 없거나 돈을 덜 쓰고도 최대 효과를 내는 경제사를 거론하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 한국을 든 것이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을 소개했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국민이 너도나도 보석 상자에서 금과 반지 등을 꺼내 내놨고 그것이 모여 수십억달러가 쌓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을 돌려놓은 것은 돈(cash)이 아니라 "나도 나라를 살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대(solidarity)와 공동체 의식이었다는 것이다.

강연에서 김 총재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존 위기가 잠시 가라앉기는 했지만, 세계 평균 성장률을 1.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로 말미암아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 내지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포인트 이상 깎이는 동시에 세계 경기후퇴(리세션)를 촉발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빈곤과 싸워 이룬 많은 성과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유로존 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의 위험성으로부터 개발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빈국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제한적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로존 위기로부터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국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럽 지도자들은 위기가 더 악화하기 전에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네갈의 어부나 인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에게도 영향을 주는 만큼 유럽 각국이 경제 안정을 되찾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경제 기반이 약한 국가나 갈등이 상존하는 국가의 개발을 촉진하고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이익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는 고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며 중간 소득 국가는 경제구조를 현대화하는 동시에 성장 전망에 걸맞게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국민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가난한 국민은 여전히 뒤처져 있고 일부 중산층도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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