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업계가 연일 금융감독 당국의 철퇴를 맞으며 최악의 시련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허위과장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속인 미국 신용카드 업체인 캐피털원이 금융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개혁 조치 가운데 하나로 올해 초 출범시킨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첫 작품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미즈호증권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CFPB는 18일 소비자를 속여 값비싼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캐피털원 파이낸셜’에 고객 반환금과 벌금 등으로 모두 2억10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캐피털원은 소비자 250만 명에게 1억4000만∼1억5000만 달러의 반환금을 지급하고 CFPB와 통화감독청(OCC)에 각각 2500만 달러와 3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고객에 대한 반환금 지급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강경 조치다. 캐피털원은 이날 뉴욕 증시가 끝난 뒤 발표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0% 줄었다고 발표해 악재가 겹쳤다.
올해 초 초대(初代) 국장으로 취임해 첫 칼을 빼든 리처드 코드레이 CFPB 국장(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로 소비자를 속여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은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만들고 부가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한 기만적인 영업 방식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코드레이 국장은 오하이오 주 법무장관 출신으로 지난해 7월 내정됐다가 공화당이 “CFPB의 신설은 지나친 금융규제”라며 강력히 반대해 인준이 미뤄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올 1월 초 ‘의회 휴회 중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활용해 임명을 강행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이다.
코드레이 국장은 이번 조치에 이어 채권추심업체 신용평가회사 학자금대출업체 신용정보회사 등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비은행권 금융회사들을 감독하겠다고 선포해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기로 한 만큼 향후 국내에서도 카드 등 금융상품 판매 관련 소비자 이슈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가 앞으로 금융회사들의 큰 리스크 요인이 되는 만큼 금융회사들도 불완전 판매 등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가 막대한 벌금으로 회사가 휘청거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SEC는 이날 일본 미즈호증권과 3명의 전 직원이 2007년 있지도 않은 가공자산을 이용해 부채담보부증권(CDO)의 가치를 부풀려 신용등급이 더 높게 매겨지도록 한 혐의로 1억27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2007년 최고 등급으로 판매된 문제의 CDO는 2008년 정크본드로 수직 추락했다. 미즈호증권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와중에 약 1000만 달러(약 114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연일 이어지는 금융감독 당국의 공세는 올해 금융권의 최대 허리케인으로 불리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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