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 정부 내 이슬람 침투’ 주장에 대해 의원들이 “근거 없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의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따끔한 질타를 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은 18일 상원 본회의 시작 직후 발언자로 나서 “최근 아무런 증거 없이 이슬람 세력이 정부기관 내에 침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주장은 미국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무슬림계 여성 보좌관인 후마 아베딘이 이슬람 침투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돌려 말하지 않겠다. 애국심을 가진 미국 시민에게 근거 없는 공격을 한 의원들은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발단은 미셸 바크먼 등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5명이 17일 국무부 등 5개 정부부처에 서한을 보내 “정부 내에 무슬림형제단 세력이 침투해 외교안보에 심각한 불안이 되고 있다”며 “가족이 무슬림형제단과 관계된 아베딘에 대해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파키스탄계 미국인 아베딘은 클린턴 장관이 상원의원 시절부터 보좌해온 인물. 지난해 트위터로 외설 사진을 보내는 추문으로 사임한 앤서니 위너 하원의원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날 의회에서 매케인 상원의원 외에도 많은 의원이 나서 “아무 증거 없이 ‘이슬람공포증’을 조장한다”며 바크먼 의원 등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해 대권 도전 당시 바크먼 의원의 캠페인 본부장을 맡았던 에드 롤린스 선거전략가까지 나서 “창피한 줄 알라”고 비판했다.
포린폴리시는 17일 “바크먼 의원이 이슬람 침투 주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클린턴 장관이 이집트 방문에서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게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등 친이슬람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며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 국가들과 모종의 결탁을 하고 있다는 ‘이슬람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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