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반기 무역적자 사상최대… 수출왕국 신화 이대로 끝나나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원전 폐쇄로 연료 수입 급증… 해외 공장 늘며 수출은 감소

일본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이 급증한 데다 국내 산업의 ‘탈(脫)일본’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성이 25일 발표한 올 상반기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이 32조5955억 엔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 늘어난 데 비해 수입은 35조5113억 엔으로 7.4%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조9158억 엔 적자였다. 이는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자액으로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상반기의 2조6126억 엔보다 크다. 6개월 동안의 적자지만 지난해 연간 적자액(2조5647억 엔)보다 많다. 반기 기준으로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영향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3기 연속 적자다.

상반기 적자폭이 커진 것은 지난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전국 원전이 대부분 가동을 멈춰 화력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49.2%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출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위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과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반기 기준으로 2기 연속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엔고(円高·엔화 가치 상승) 때문에 제조업체가 생산기지를 속속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점도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다 보니 수출 물량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제조업체 중 국내외 생산설비 비교가 가능한 30개사를 조사한 결과 3월 말 현재 80%가 넘는 25개사가 작년보다 해외 생산설비 비중을 늘렸다고 25일 보도했다. 6개사는 국내외 생산설비 비중이 역전됐다. 기저귀 등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참은 해외 생산설비 비중이 65%, 닛산자동차는 53%였다.

NHK방송은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인 도요타자동차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시리즈 가운데 일부를 후쿠오카(福岡) 현과 아이치(愛知) 현 공장에서 캐나다로 옮겨 생산하기로 했다고 24일 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 브랜드의 품질 관리를 위해 수출용 대부분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왔지만 기록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자 두 손을 든 것이다.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그로 인한 일본 국내 산업 공동화는 일본 경제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 중 하나인 샤프는 액정패널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4∼6월) 1000억 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3월 결산법인인 샤프는 올해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3760억 엔의 적자를 냈다.

샤프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조기 퇴직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샤프가 인위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2만1000여 명의 종업원 가운데 수천 명의 직원을 내보낼 계획이다.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태양전지 생산을 대폭 줄이고 도쿄의 건물과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6월 한 달은 617억 엔으로 4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다이와총연구소 구마가이 미쓰마루(熊谷亮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해외 경제 감속에 따른 수출 둔화와 수입액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흑자 기조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무역적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