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기술자 A 씨는 평소 “자동차를 만드는 즐거움에 일이 끝없이 이어져도 행복하다”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아이치(愛知) 현 도요타 본사 테크니컬센터 7층에 있는 신차 개발부에서 근무하며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의 모든 공정을 담당한 책임자였다.
그는 여러 부서와 많은 회의를 하며 업무를 조율했다. 항상 신차 개발 마감일에 쫓겼고 1엔 단위로 원가를 줄여야 하는 부담에도 시달렸다. 너무 바빠 점심 도시락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는 날도 있었다.
2006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완성차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떠나기 전날. 오전 10시가 넘어 딸이 깨웠지만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당시 45세. 사인은 심장질환이었다. A 씨의 부인은 과로사라고 추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도쿄신문은 25일 정보공개를 신청해 얻은 노동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내 매출액 상위 100개사의 월평균 시간외 근로 시간은 92시간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노사 협의를 통해 월 45시간까지 시간외 근무를 인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1년 중 6개월에 한해 시간외 근무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시간외 근로 시간이 가장 긴 곳은 대일본인쇄로 월 200시간이었다. 간사이(關西)전력은 193시간, 담배 제조업체인 JT는 180시간,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160시간이었다. 100개사 중 37개사가 월 100시간 이상, 70개사가 월 80시간 이상 시간외 노동을 시켰다.
도요타의 시간외 노동은 월 80시간이었다. 일본에서 시간외 근무 월 80시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로사와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과로사 라인’으로 불린다. 후생노동성은 과로사 인정기준과 관련해 ‘발병 전 1개월에 100시간 혹은 2∼6개월에 월 80시간 넘는 시간외 근무와 과로사에 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일본 노동자들은 ‘기업전사’로 불리며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엔화 강세를 상쇄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외치는 현 상황은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내몰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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