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 독살 혐의만 기소… 보시라이 구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뇌물-재산은닉 인정에도 中 검찰 9일 재판서 제외
당 지도부와 물밑조율한 듯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검찰 조사에서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살해는 물론이고 ‘경제 범죄’ 혐의도 인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경제범죄는 보 전 서기의 뇌물수수 및 재산 해외은닉 등을 말한다. 검찰이 구카이라이를 살인 혐의로만 기소한 것은 보 전 서기를 이번 사건에서 제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카이라이 신문에 참여한 한 검사는 “경제범죄에 대해서도 자백했으며 조사과정에서 품위 있게 응했으며 잘 기억나지 않는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관들이 쓰고 싶은 대로 조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카이라이를 헤이우드 독살 혐의로만 기소했으며 9일 안후이(安徽) 성 허베이(合肥)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관련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검찰이 경제범죄 혐의를 포함해 기소했다면 보 전 서기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범죄 혐의를 제외한 것은 보 전 서기를 이번 사건에서 떼어 놓기 위한 중국 지도부의 물밑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베이징(北京)의 푸즈창(浦志强) 변호사는 “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하게 그리고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구카이라이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조사에 협조한 것도 보시라이 측과 지도부 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시라이는 형사 기소가 아닌 당 기율위원회의 처분만 받고 구카이라이도 극형을 면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검찰이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확보한 증거물은 헤이우드의 심장 일부인데 이것만으로는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증거물은 작년 11월 헤이우드 시신을 부검하지 않고 급하게 화장할 때 왕리쥔(王立軍) 당시 충칭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측을 압박하기 위해 미리 떼어 놓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구카이라이가 보시라이 대신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방향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있어 구카이라이가 ‘희대의 악녀’가 아니라 권력투쟁의 희생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구카이라이#독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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