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정권 연명?… 日 노다 총리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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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 정권교체 3년만에 위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안 통과와 정권 연장의 갈림길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2009년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뤘던 민주당 정권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다 총리와 소비세 인상안 통과에 합의했던 자민당은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며 노다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 약속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이 야당이 주도권을 쥔 참의원에 올라오자 ‘갑을’ 관계가 일거에 뒤집힌 것이다.

자민당은 중의원 해산 약속을 하지 않으면 7일 중의원에 내각불신임안,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노다 총리를 압박해 왔다. 다만 호흡을 고르듯 8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소비세 인상 관련 법안 처리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다 총리가 정기국회 회기(9월 8일) 내에 중의원 해산을 약속하지 않으면 참의원 본회의에서 소비세 인상법안 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총리문책결의안과 내각불신임안 제출 시기도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에게 일임했다.

자민당의 움직임과 별도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이끄는 ‘국민의 생활이 제일당’과 다함께당, 공산당, 사민당 등 군소 야당은 이날 총리문책결의안과 내각불신임안을 양원에 각각 제출했다.

중의원 과반으로 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노다 총리가 열흘 안에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야당 전원이 내각불신임안에 찬성하고 민주당에서도 14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참의원의 문책결의안은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야당이 이를 빌미로 법안 심사를 전면 거부할 수 있어 ‘식물 정부’ 상태를 피할 수 없다.

노다 총리로서는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키려면 정권을 내놓아야 하고, 정권을 연명하자면 정치 생명을 건 소비세 인상을 포기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 카드를 선택하면 총선에서 민주당의 필패(必敗)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내각 지지율도 최근 여론 조사에서 22%대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이탈자가 속출해 당이 난파선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당내에 팽배하다. 당 분열 사태까지 감수했던 노다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포기한다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돼 정치생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궁지에 몰린 노다 총리와는 반대로 일본 정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다시 부상하는 인물은 오자와 전 대표다. 소비세 인상 반대 명분이 힘을 얻고 있는 데다 내각불신임안 제출 과정에서 야당 연대를 이끌어내 연립정권 구축의 새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노다#소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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