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佛 “병기가 맞다” 첫 한국지지 발언② 달라진 北, 공동 보조 “조선동해” 대신 “동해”③ 외면작전 펼치던 日 민간전문가 첫 대동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유엔지명(地名)표준화회의. 100여 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는 ‘동해 병기’ 안건이 의제로 올랐다. 프랑스 대표단이 발언권을 요청해 언어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지명 병기 사례를 언급하며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관련국을 제외한 제3의 회원국이 처음으로 공개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1992년 6차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뒤 5년마다 열리는 회의에서 매번 의제로 채택되었지만 언제나 한국 북한 일본 정부 대표단만의 공방으로 끝났다.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민감한 문제에 어느 회원국도 발을 담그기를 꺼렸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프랑스 대표에 이어 카타르 대표도 주변국과의 협력을 예로 들며 당사국들이 협의해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대표단을 이끈 장동희 국제표기명칭 대사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국제 사회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정부가 각국에서 발행된 세계 지도를 조사한 결과 2000년 동해가 병기된 지도는 2.1%에 불과했지만 2009년 28.1%로 14배 가까이로 늘었다.
4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 병기 문제에 대한 결정이 2017년까지 유보된 것처럼 이날 회의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프랑스의 지지 발언을 포함해 이번 회의에서는 전과는 다른 세 가지 광경이 연출됐다.
북한 대표단의 달라진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 대표단은 그동안 ‘조선 동해’ 또는 ‘동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동해’만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에 보조를 맞춰 일본을 공격했다.
일본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서 처음으로 교수와 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켜 대응 수위를 높였다. 한국 대표단이 지금까지 동해연구회,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민간 전문가와 함께 참가했지만 일본은 정부 관료와 외교관만 참석해 이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일본은 한 차례 짤막한 발표로 끝냈던 이전과는 달리 이날 회의에서 “유엔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적절한 장이 아니며 일본해만이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합의된 지명”이라고 주장하며 3차례에 걸쳐 남북한 대표단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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