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의심 여학생에 임신 테스트 강요, 美 학교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16시 40분


임신이 의심되는 여학생에게 임신 테스트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등교를 금지하는 미국의 한 학교가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뉴욕 데일리뉴스 등 미국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루이지애나 주(州)의 델하이 차터 스쿨(Charter School: 자율형 공립학교)이 '재학생 임신관련 학칙'으로 여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6일 주장했다.

델하이 차터 스쿨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은 문제가 된 학칙에 따라 임신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임신 테스트를 받아야 하며, 이를 거부하거나 검사 결과 임신으로 확인되면 교내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다.

델하이 차터 스쿨의 '재학생 임신과 관련한 학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학교 행정관이나 교사가 보기에 임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이 있을 경우 학부모 회의가 소집된다. 학교는 임신이 의심되는 학생의 실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 테스트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해당 학생을 학교 측이 선택한 의사에게 보낼 권리가 있다. 검사 결과 임신으로 확인되면 해당 학생은 델하이 차터 스쿨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

임신한 학생이 계속 델하이 차터 스쿨의 수업을 듣길 원한다면, 홈스터디(자택 학습)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임신 테스트를 거부하는 학생은 임신한 학생과 똑같은 처우를 받게 된다.

ACLU 는 이 학칙이 미 연방법과 헌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학칙을 개정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6일 학교 측에 발송했다. ACLU는 연방기금으로 운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1972년 교육법 개정 조항 IX'를 그 근거로 들었다.

ACLU 사무총장 마저리 R. 에스먼 씨는 이 학칙에 대해 "노골적인 위법 행위이며 여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에스먼은 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학생들만 학칙의 규제를 받는 대상이 되며,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학생들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에스먼은 이 학칙이 근래 새로 규정된 것이 아니지만, 올 여름 이에 대한 정보가 단체 측에 접수됐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델하이 차터 스쿨의 교장 크리스 부르사드는 지역 법무법인과 함께 이 학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르사드는 "이 학칙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을 고려해 현지 법무법인에 이와 관련된 사항을 문의했다. 이를 통해 우리 학교가 법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학칙의 제재를 받은 학생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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