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 헤이우드에 직접 독약 먹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 中 권력지도 흔들 세기의 재판 하루만에 종결

중국 안후이(安徽) 성 허페이(合肥)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9일 열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씨 재판이 하루 만에 끝났다. 구 씨 사건은 중국 고위 지도자 가족과 관련돼 있을뿐더러 살인과 배신, 망명 등 극적 요소가 많아 관심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올가을 중국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구 씨와 함께 기소된 보 전 서기 집안의 집사 격인 장샤오쥔(張曉軍)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말할 수 없다”며 “구 씨가 조사에 협력한 점이 참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사건의 전모가 공개됐다. 구 씨는 지난해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씨가 자신의 아들 보과과(薄瓜瓜)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해 헤이우드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구 씨는 장 씨를 베이징에 보내 헤이우드 씨를 충칭까지 유인했다. 구 씨는 2011년 11월 13일 밤 충칭의 고급 호텔에서 헤이우드 씨가 취할 때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 헤이우드 씨가 구토한 뒤 물을 마시려 할 때 구 씨는 미리 준비하라고 시킨 독약을 장 씨에게서 넘겨받아 직접 헤이우드 씨의 입에 넣어 살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 씨가 주범, 장 씨가 종범이라고 밝혔다. 중국중앙(CC)TV는 이 재판을 보도하면서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양장을 입고 다소 살이 찐 구 씨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9일 오전 8시 반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원 주변에는 사복을 입은 공안 수십 명이 배치됐다. 재판은 ‘엄선한’ 방청객 140명만이 입장한 가운데 진행됐다. 헤이우드 씨가 영국인인 점을 감안해 영국 외교관들의 방청도 허용됐다.

재판 하루 전날인 8일 법원 앞에서 ‘마오주의자’ 10여 명이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9일에도 여성 몇 명이 공안에 끌려갔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보 전 서기와 구 씨의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 중인 보과과 씨는 미국 CNN방송에 e메일을 보내 자신이 헤이우드 씨 살해의 동기로 작용했다는 소문과 관련한 진술서를 어머니의 변론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 씨 재판이 ‘경제 문제’는 제외한 채 살인 혐의로만 진행되는 것은 보 전 서기를 개입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정부패 문제까지 함께 심리하면 외화 도피 등의 의혹을 받아 온 보 전 서기가 얽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면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척결하라는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구 씨는 과거 법정에 섰던 많은 중국 최고위급 관리들처럼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감형을 받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금융전문 국선 변호사들이 구 씨의 변론을 맡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구 씨를 비호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충칭 시 공안 간부 4명에 대한 재판은 10일 열린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구카이라이#살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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