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누른 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경쟁후보 지지 표시했다 해고… 美서 SNS 표현의 자유 논란

“네가 스스로 네 무덤을 팠어. 선거만 마치면 넌 바로 해고야.”

미국 버지니아 주 햄프턴의 B J 로버츠 보안관은 2009년 보안관 선거를 앞두고 소집한 직원회의에서 대니얼 레이 카터 주니어 부보안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카터가 로버츠의 경쟁 후보 짐 애덤스의 페이스북 홍보페이지에 들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손 모양이 그려진 ‘좋아요’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로버츠는 재선에 성공하고 한 달 뒤 카터 등 직원 6명을 해고했다.

카터 등은 언론 종교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버지니아 주 지방법원은 1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그저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들을 해고한 것일 뿐”이라고 변론한 로버츠의 손을 들어줬다. 레이몬드 잭슨 지방법원 판사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은 충분한 길이의 발언이라 할 수 없으므로 언론자유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가 하루 동안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횟수를 합하면 약 30억 회. 9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연방최고법원 항소심을 앞두고 페이스북과 미국자유인권협회(ACLU)는 “지방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트위터의 ‘리트윗’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개인의사 표현은 언론자유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유진 볼로크 캘리포니아대 법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정헌법 1조는 자가용 앞 유리에 정치 캠페인 스티커를 붙이는 식의 매우 간단한 의사표현도 ‘충분한 길이의 발언’과 동등하게 보호한다”며 “잭슨 판사의 판결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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