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유혈사태가 지역 내 종파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의 한 시아파 부족이 시리아 반군의 자기 부족민 납치에 ‘보복 납치’로 맞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메크다드 부족은 시리아 반군단체 자유시리아군(FSA)에 납치된 부족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15일 레바논에서 시리아인 20여 명을 납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레바논인 하산 알 메크다드 씨가 전날 시리아 반군에게 신문을 받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맞대응한 것. 하산 씨는 동영상에서 “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저격수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시리아로 파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즉각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메크다드 부족은 15일 시리아인 납치 사실을 공개하며 하산 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납치된 이들 중에는 신병 모집과 무기 조달을 위해 레바논에 온 FSA 소속 반군들과 터키인 사업가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크다드 부족 측은 “그들(시리아 반군)이 살인을 저지르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그동안 시리아에서 발생한 레바논인 납치사건에 항의해 시리아인 상점을 불태우고 공항도로를 점령하는 등 대규모 소요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터키 정부는 자국 국민에게 레바논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대부분 시아파인 메크다드 부족은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가 다수인 시리아 반군은 헤즈볼라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로 구성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고 비난해 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납치 맞대응’이 중동지역에서 이슬람 종파 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레바논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반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와 카타르는 반군을 지원해 왔다.
한편 중국은 16일 시리아 정부와 반군이 교전을 중단하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부타이나 샤반 시리아 특사에게 이같이 말한 뒤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이라고 권고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전날 유엔은 시리아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반군 모두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