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미군에 잡혀 교수형 되리라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마지막 순간까지 도피 도운 나미크씨 9년만에 입 열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마지막 은신처였던 티크리트 인근 농가에 지하토굴을 파는 등 도피를 도왔던 당사자가 약 9년 만에 서방 언론에 뒷얘기를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후세인의 도피를 도와준 알라 나미크 씨(41)의 입을 통해 “후세인이 도피 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미군에게 체포돼 교수형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은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후세인의 변호사였던 칼릴 둘라이미 씨는 2009년 저서에서 1959년부터 후세인을 알고 지낸 나미크 씨 가족이 후세인을 숨겨 줬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나미크 씨는 후세인에게 수차례 도피처를 제공했고 음식도 제공했다. 그는 후세인을 만났을 당시 후세인이 “나를 도와주면 너도 잡혀서 고문당할 수 있다. 그래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도와주라’는 이슬람 율법을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후세인 지지 성향이 강했던 다우르 마을 사람들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실제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나미크 씨의 행동을 영웅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후세인이 체포됐을 때 함께 붙잡혀 6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후세인이 미국과의 결사항전을 외치는 육성 녹음을 방송하면서도 발각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미군에게 들킬까 봐 전화도 쓰지 않았던 후세인은 나미크 씨와 함께 16km 떨어진 사마라 시로 이동해 소형 카세트에 육성을 녹음했다. 주변 소리를 분석해 후세인의 행적을 찾으려는 미군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나미크 씨는 후세인이 도피 시절에도 글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산문과 운문 모두를 곧잘 지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후세인 체포 작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기밀자료로 분류하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후세인#미군#나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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