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 펑크록 인디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이 17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서방 정부와 언론, 국제인권단체가 “불합리하고 가혹한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밴드의 세 멤버인 마리야 알료히냐(24)와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30),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22)는 올해 2월 21일 복면을 하고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대성당 제단에 허락 없이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1분여 만에 경비원에게 쫓겨났지만 이때 촬영한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3월 대선에서 4년 만에 재집권을 노리던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 후보(현 대통령)를 비난한 것. 모스크바 법원은 “푸시 라이엇의 행위는 폭력적 신성모독”이라며 “종교적 증오심에 휩싸여 사회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한 러시아 안팎의 반응은 비난과 우려 일색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리나 시로바 판사가 판결을 내리자마자 법정 방청석 곳곳에서 “나라 망신이다” “창피한 줄 알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3월 푸시 라이엇을 고발한 러시아정교회조차 판결 직후 “그들이 신성모독 행위를 저지른 것은 틀림없지만 다시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최대한 관대하게 처분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최고위원회 성명을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18일 CNN방송은 “러시아 사법 시스템이 이 여인들을 다룬 방식에 미국은 크게 실망했다”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전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정책담당관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정의의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러시아 정부가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칼럼에서 “푸틴 정권이 자행해 온 사회정의 훼손의 절정”이라고 질타했다.
유명 팝스타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달 초 모스크바 공연 때 푸시 라이엇 지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미국 가수 마돈나도 “표현 방식이 일부의 반감을 샀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선고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러시아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길 바란다”며 밴드 멤버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영국 가수 스팅과 미 록밴드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아이슬란드 싱어송라이터 비요르크도 3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크렘린궁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사법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며 “종교적 신념을 저해하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서방 형법도 3∼6년의 징역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판결 직후 재판이 열린 하몹니키 지방법원 앞에서는 시민들이 반대집회를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