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美, 마녀사냥 중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에콰도르 대사관 피신 두달만에 대중앞에
“미주기구 24일 외교장관급회의 망명 논의”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1)가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한 지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위키리크스 탄압을 비판하며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19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약 10분간 미리 준비한 성명을 읽어 나갔다. 푸른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차려입은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실명으로 언급하며 비난했다.

그는 “위키리크스는 위협에 처해 있으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할 것을 요구하며 미국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키리크스에 미 국무부 전문을 유출한 혐의로 수감돼 있는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어산지는 자신의 망명을 허용해준 에콰도르에 대해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보여준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은 러시아 여성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에 대해 “자유를 탄압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단결되고 단호한 저항도 있음을 확신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한다면 그가 스웨덴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흐라픈손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이날 “스웨덴 정부가 어산지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이번 사태가 대화로 해결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에콰도르 대사관에 있는 어산지를 체포할 수 없지만 그가 영국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 35개 국가들의 협력기구인 미주기구(OAS)는 24일 긴급 외교장관급 회의를 열고 어산지 망명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회원국들은 17일 찬성 23표, 반대 3표, 기권 5표로 회의 개최를 결의했다. 어산지의 어머니인 크리스틴 어산지는 이날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ABC24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들이 망명을 허가받은 에콰도르에 무사히 도착해 폭로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여성 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대법원이 올해 5월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하는 판결을 확정하자 6월 19일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16일 그의 망명을 허용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어산지#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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