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없이 4km 베링해 수영 횡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佛 40대 1시간 20분만에 3년만에 5대륙 해협 건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또 한 명의 장애인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팔다리 없이 차가운 베링 해협 횡단에 성공한 프랑스인 필리프 크루아종 씨(44). 그는 17일 미국령인 ‘리틀 디오메데 섬’과 러시아령인 ‘빅 디오메데 섬’ 사이 약 4km의 베링 해를 1시간 20분의 역영 끝에 무사히 건넜다.

이로써 크루아종 씨는 본인이 공언한 대로 세계 5대륙 해협 횡단 프로젝트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스노클(숨대롱)로 숨을 쉬면서 핀이 연결된 지느러미발을 달고 물살을 갈랐다. 장거리 수영선수 출신인 아르노 샤스리 씨(35)가 헤엄을 치며 내내 함께했다.

그는 이날 ‘국경 없는 수영’이라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짧은 거리였지만 심하게 일렁이는 찬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노에게 의지했다. 그가 없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아종 씨의 삶은 1994년 집 지붕 위에서 바뀌었다. TV 안테나를 해체하려다 2만 V의 전선에 감전된 것. 수술로 팔다리를 모두 잘라낸 그는 병상에서 눈을 뜬 뒤 좌절하고 죽음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해협을 수영으로 횡단한 여성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인생의 새 목표를 세우게 됐다.

그는 2010년 영국 해협을 시작으로 세계의 대표적인 해협을 수영으로 정복하겠다는 꿈을 실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남태평양에 있는 파푸아뉴기니(오세아니아)에서 인도네시아(아시아) 사이, 이집트(아프리카)에서 요르단(아시아)까지의 홍해, 스페인(유럽)과 모로코(아프리카) 사이의 지브롤터 등 4곳의 해협을 차례로 도전해 성공했다. 이번에 도전에 성공한 마지막 베링 해는 바닷물이 차가워 최대의 난코스였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필리프 크루아종#리틀 디오메데#빅 디오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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