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그리스로 넘어갔다. 그리스 국민은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숨을 쉴 약간의 공기가 필요하다. 시간을 달라.”(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와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고 있는 채권단이 그리스 구제금융 지속 문제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22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사마라스 총리와 회동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특히 공공 재정을 탄탄하게 만드는 게 시급하다”며 “노동시장의 변화와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경제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는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믿을 만한 재정적자 감축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스가 다음 번 구제금융 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가 원하는 재정적자 감축시한 (2년) 연장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의 실사보고서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마라스 총리는 “다음 주에 117억 유로(약 16조5900억 원) 규모의 긴축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는 지속적인 침체로 독자적인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117억 유로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 그리스는 국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 2차 구제금융의 일부인 310억 유로를 받는 조건으로 2014년까지 117억 유로의 추가 긴축안을 마련하기로 트로이카와 합의했다. 하지만 사마라스 총리는 계속되는 경기후퇴와 긴축안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의 반발 때문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기한을 2016년까지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유로존 잔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마라스 총리는 22일자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필요한 모든 것은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국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숨을 쉴 수 있는 약간의 공기”라며 “우리는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4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재정적자 감축 시한 연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9월 말 트로이카의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사마라스 총리는 25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도 만난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GDP 대비 9.3%인 재정적자를 2014년 말까지 3%로 줄여야 한다. 그리스는 올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7%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씨티그룹은 23일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올해 말이나 9, 10월에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가 자국 통화를 복원하면 통화는 약 60% 평가절하되고 2013∼2016년에 심각한 인플레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