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되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당초 이란은 핵 갈등으로 촉발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무역 제재로 사면초가에 빠져 NAM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지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하기로 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NAM 정상회의는 이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아 왔다. 밖으론 큰소리를 쳤지만 국제 제재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던 이란으로선 ‘탈출구’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결과는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아랍의 봄’ 이후 첫 회의란 상징성과 맞물려 100여 나라가 참석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장관은 22일 반관영통신 ISNA와의 인터뷰에서 “서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한 계기”라고 기뻐했다. 특히 반 총장의 방문은 “미국의 오만을 꺾은 쾌거”라고 반겼다.
AFP통신은 테헤란의 분위기가 ‘올림픽이라도 여는 듯’ 한껏 고조됐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회의 기간(26∼31일) 전체를 공휴일로 선포하고, 군경을 총동원해 최고 수준의 경비 보안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1979년 관계를 끊은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비롯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의 참석으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 고립정책에 앞장섰던 미국과 이스라엘로선 입맛이 쓰다. NAM 회의를 애써 무시해왔던 양국은 최근 반 총장의 참석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 총장과의 통화에서 “(회의 참석은) 끔찍한 실수”라고 성토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불참을 권유했다. 하지만 유엔이 참석을 회피할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민감한 문제임을 알고 있지만 (이란과 대화할) 기회 자체를 놓쳐선 안 된다고 봤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AFP통신은 “현재 이란의 ‘판정승’ 양상을 띠고 있지만 상황이 종결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 총장이나 서구사회에선 유일하게 참석하는 호주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반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개발 의혹이나 테러리즘, 인권침해 등이 공식적으로 거론되면 이란으로선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 총장 등 이번 참석자들이 이란 측에 그들이 이행해야 할 국제사회의 의무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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