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정된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던 중산층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중산층의 자산 규모는 10년간 30%가량 줄어 30년 전인 1980년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산층의 비중도 40년간 10%포인트나 쪼그라들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중산층도 갈수록 늘었다.
미 조사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산층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성인 2508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구통계국 및 연방준비제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중산층을 가계소득이 연 3만9418∼11만8255달러(약 4500만∼1억3400만 원)인 3인 가구로 규정했다. 미국 전체 가계소득 중간값의 3분의 2에서 2배 사이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중산층의 순자산 규모는 2001년 12만9582달러에서 2010년 9만3150달러로 10년 새 28% 떨어졌다. 중산층의 평균소득도 같은 기간 7만2956달러에서 6만9487달러로 5%가량 하락했다. 주택 등 부동산에 집중된 중산층 자산이 주택가격 폭락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산이 분산투자돼 있는 고소득층은 오히려 순자산이 10년 동안 1% 늘어 57만4788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줄고 있다. 1971년 61%였던 중산층은 2001년 54%, 2010년 51%로 급감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1971년 14%에서 2011년 20%로, 저소득층도 25%에서 29%로 동시에 늘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설문대상자의 49%인 1287명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2008년 조사에선 절반 이상(53%)이 중산층으로 여겼다. 또 응답자의 85%는 10년 전에 비해 생활수준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중산층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특히 재정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51%는 악화된 상황이 회복되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8%는 전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부격차나 실업 문제가 고착화되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졌다. 응답자 26%는 자녀의 생활수준이 부모세대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2008년에는 19%가 이런 답변을 했다. 반면 자녀가 부모세대보다 더 잘살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51%에서 43%로 줄었다. 한편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응답자들은 11월 대선에서 공화당(39%)보다 민주당(50%)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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